미생의 장그래가 걷던 그길!
세계 7대 불가사의, 페트라의 보물창고 알카즈네로 향하다.
지구별 구석구석 다 돌아본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여행지를 꼽는다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떠올리게 되는 곳이 있다. 바로 요르단이다. 처음 요르단을 가게 되었을 때 나를 만류하던 사람들은 이슬람교와 알카에다를 들먹거렸다. 어린 시절 들춰 본 백과사전에서 사해를 보고 ‘꼭 가봐야지’ 했던 작은 소망이 성인이 된 후 지나간 꿈으로 잊혀져가던 무렵, 나는 요르단으로 첫 여행을 떠났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페트라
죽기 전에 꼭 다시 가보겠노라고 다짐하게 만드는 여행지가 있다. 빼어난 자연경관 때문일 수도 있고 특별한 기억 때문일 수도 있다. 시크(Siq)의 길을 비틀거리며 걷던 어느 순간 현지 가이드는 갑자기 아라비안 댄스를 가르쳐 주겠다며 두 줄로 서서 옆으로 걷는 춤 아닌 춤을 가르쳐 주었다. 꼭 땅을 보아야 한다는 그의 말에 게처럼 걸음을 옮기는 우리에게 가이드가 말했다. “Stop, and looking forward.” 그 순간 내 눈앞에 펼쳐지던, 사진 속에서나 봐왔던 시크사이로 보이는 알카즈네가 눈 속으로 파고들었다. 우리 일행은 모두 시간이 정지한 듯 멈추고 말았다. 과연 인간이 만든 것일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면서 서서히 보이는 알카즈네의 모습이 아니라 한눈에 담긴 모습은 ‘경이롭다’는 표현이 유치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잃어버린 도시로 불리는 페트라는 14세기 이후 완전히 지워져 있다가 1812년 스위스 탐험가인 요한 루트비히 부르크하르트에 의해 재발견 되었다.
쉽게 갈수 없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곳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서 요르단으로 향하는 직항이 없다. 한국에서는 아부다비나 카타르의 도하공항을 경유해야한다. 한번은 아부다비를, 한번은 도하공항을 경유해 암만으로 향했다. 중동의 핵심지에 자리 잡았지만 기름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 요르단, 그래서 그들은 교육열이 뜨겁다. 같은 이유로 자원도 없고 작은 땅에서 성공한 한국과 한국인들을 꽤 좋아한다. 첫 여행을 떠났을 때 마치 7~80년대 외국인을 보고 흘끔거리던 우리나라의 사람들처럼 그들은 사진한번만 같이 찍자며 다가왔다. 얼마나 많은 내 사진이 요르단을 돌아다니고 있을까? 2015년 다시 찾은 요르단은 매우 뜨겁고 각별했다.
미생의 장그래처럼, 발라드와 레인보우 스트릿
발라드는 시장, 레인보우 스트릿은 서울로 치면 홍대거리쯤 되는 곳이다. 많은 외국인들이 모이는지라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가 있다. 이슬람국가인 요르단은 술을 팔지 않는 곳이 많지만 외국인들이 주로 모이는 레인보우 스트릿 만큼은 예외다. 물론 호텔에서도 주류를 팔긴 하지만 그 가격은 정말 어디 보다도 비쌌다. 우리가 술을 마시고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른다면 그들은 차를 마시고 시샤(물담배)를 피우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맨 정신으로 춤출 수 있는 도시가 바로 암만이었다.
고대 로마시대의 유적지 시타델과 제라쉬
암만 시내 어디서든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는 시타델은 암만을 찾은 여행자라면 대부분 들르게 되는 곳이다. 고대 라바트 암몬 시가 있던 곳으로 로마, 비잔틴, 초기 이슬람 시대의 수많은 유적이 발굴되었다. 언덕에 위치한 시타델에서는 암만 시내 전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암만에서 한시간 정도 거리의 제라쉬는 로마 통치 하에서 황금기를 맞이한 도시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고대 로마의 위성도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도시는 지난 70년 전 발굴 보존 작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수세기동안 모래 속에 파묻혀 있었다. 포장된 석주 기둥길, 높이 솟은 언덕 위 신전, 원형극장들이 그 어느 곳보다도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
누워서 보는 하늘, 사해(Dead Sea)
가볍게 찰랑대는 물속에 누워 책을 읽을 수 있는 곳, 당신이 수영을 하지 못한다 해도, 물에 뜨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다. 수영을 할 줄 모르는 나에게는 바다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상상보다 두려움이 먼저 엄습해오곤 한다. 하지만 사해에서 만큼은 예외다. 요르단과 이스라엘 국경에 있는 염도가 강한 호수인 사해는 바다 해(海)자를 쓰고 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바다가 아닌 호수이다. 표면 면적 810㎢. 최대깊이 378m, 평균깊이 118m, 동서 15km, 남북 80km로 호수의 모양은 길쭉하며 호수의 수면이 해면보다 395m 낮아 지표상의 최저점을 기록한다. 북쪽으로 요르단강이 흘러들지만 호수의 유출구는 없고 건조기후로 유입수량과 같은 수분이 증발하여 염분농도가 일반 바다의 5배가 된다. 이로 인해 생물이 살 수 없을 정도라고 하여 사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이러한 높은 염분으로 인해 사람의 몸이 떠오르게 되는데 구약성서에도 소금의 바다라는 이름으로 종종 등장하는 역사적인 곳이다.
아라비아 로렌스의 붉은 사막 와디럼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토마스 로렌스와 파이살 이븐 후세인은 오토만제국에 대항한 아랍 독립운동 때 와디 럼을 본부로 삼았다. 이곳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자연 및 문화 복합 유산이다. 사막 한복판에 1,750미터 높이로 솟아오른 이 거대 바위산은 전문 산악인들에게도 쉽게 오르기를 허락하지 않는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대부분 와디 럼 지역에서 촬영되었다. 방문자 시설과 별도로 운영되는 방문자 센터에서 기사나 가이드 동반 조건으로 사륜 지프차를 빌려 2~3시간의 여정 동안 유명한 관광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또는 낙타를 빌려 가이드와 함께 돌아보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모험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기구나 경비행기를 타고 천혜의 바위 형상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공중 액티비티를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와디 럼은 자연보호구역으로써 지역 내에 인공적인 시설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베두인들이 운영하는 사막 텐트에서는 좀 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다.
성서속의 마다바, 베다니 성지
2000년 전 예수 그리스도가 세례자 요한에게 침례를 받은 곳으로 알려진 예리코 건너편 지역은 주요 기독교 순례지 중 하나다. ‘요단강 건너편 베다니’로 알려진 이 지역은 요르단 강과 엘리야 언덕 사이에 있으며, 예수 세례 당시 요한이 살고 있던 동굴이 발굴되기도 했다. 또한 선지자 엘리야가 불수레를 타고 승천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베다니에서 발견된 1세기 초 유적은 예수 그리스도와 세례자 요한의 시대에 사람이 살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엘리야의 언덕(St. Elijah’s Hill)은 교황청 지정 공식 순례지 중 하나로 예수 세례터(Baptism Site)의 핵심 장소다. 현재 이곳은 교회, 대형 세례통, 물 저장고 등 비잔틴 시대 수도원 유적으로 덮여 있다. 비잔틴 시대 문서에서는 이러한 시설을 예수 세례의 전통과 연계시켜 설명하기도 했다. 이 지역에서 발견된 흰색 모자이크 바닥 장식의 3세기 건물은 현재까지 발굴된 기독교 예배 시설 중 가장 이른 시대의 것이다. 무카위르는 마다바에서 킹스 하이웨이(Kings’ Highway)를 따라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자동차로 한 시간 가량 달리면 나오는 교황청 지정 공식 순례지로 고대 헤롯 대왕의 산중 요새였다. 헤롯 대왕 서거 후 아들인 헤롯 안디바가 이 성채를 물려받았다. 살로메가 춘 일곱 베일의 춤을 감상한 후 헤롯 안디바가 세례자 요한의 참수를 명한 곳도 바로 이 곳이다.